제가 처음 만년필을 접하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노트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연말연시에는 만년필을 선물용이나 개인 소장용으로 많이 구매하시니까 분위기에 맞춰서 리뷰주제를 정했습니다.
토모에리버나 미도리는 제가 직접 사용해보지 않아서 제외했어요.
가장 위부터 순서대로 로디아, 클레르퐁텐, 아피카, 옥스포드 노트입니다.
모두 오프라인으로 구입했고 한 권 가득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사용하고 있는 노트들이에요.
가장 먼저 로디아 메모패드 No.16 그리드입니다.
제가 가진 노트 중에 가장 종이질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맨들맨들한 종이로 잉크를 잘 잡아주어서 잉크 본연의 색상이 잘 나타납니다.
노트패드라서 뜯어쓰는 방식이라 편리한데 깨끗한 뒷면을 못써서 아까워요.
로디아 노트는 딥펜에도 강한데 잉크를 많이 머금는 유리딥펜을 사용해도 뒷면이 깨끗합니다.
사진은 없지만 니코 G펜촉을 사용해도 튼튼했어요.
펄이 들어간 잉크를 사용하면 아주 번쩍번쩍 펄이 잘 드러납니다.
두번째 노트는 클레르퐁텐 세이지입니다.
영어필기체를 쓰기에 딱 좋은 노트입니다.
뿐만 아니라 종이질도 좋아서 딥펜도 사용 가능합니다.
로디아만큼 맨들거리는 촉감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잉크를 흡수하지만 뒷장은 깨끗해요.
살짝 비치는 정도고 잉크가 배겨나온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클레르퐁텐 세이지는 이런식으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영어필기체를 예쁘게 다듬을 수 있고 무엇보다 사진을 찍었을 때 있어보입니다.
180도로 펴지는 제본 방식입니다.
저는 글씨를 예쁘게 쓰는 것이 목적이라 쫙 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의 두 노트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갖고 찾아가서 구매했지만 지금 소개하는 아피카 CD노트는 집 근처 문구점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습니다.
일반 노트매대가 아닌 특별대우를 하는 느낌이라 사봤는데 기대이상의 성능이었습니다.
맨들맨들한 질감이로 로디아보다는 못하지만 클레르퐁텐보단 더 맨들맨들합니다.
잉크 발색이 좋고 180도로 펴지는 제본방식입니다.
다만 영생 만년필을 사용했을 때 왜인지 모르지만 헛발질이 있었어요.
헛발질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노트라는 리뷰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옥스포드 잘펴지는 노트입니다.
가성비가 좋은 저렴한 만년필노트라는 평을 보고 구입했는데 저는 실망이었습니다.
일반노트에서 만년필을 사용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거미줄이나 번짐현상은 없지만 뒷면을 사용하지 못할만큼 잉크가 배겨나옵니다.
제본방식은 이름이 잘펴지는 노트인 만큼 180도로 잘펴지는데 노트의 두께가 있어서 평평하지 않은 부분이 거슬려요.
잉크를 잡아주기보다는 흡수하는 편이고 필기감이 거칩니다.
플래티넘과 영생 만년필은 닙이 미끄러지는 듯한 부드러운 필기감인데 이 노트에 쓰면 사각사각한 필기감이 됩니다.
가장 사각거리는 필기감을 가진 라미 룩스마론은 너무 거친 필기감이라 잉크가 튀기도 합니다.
가성비도 의문인 것이 옥스포드는 70장 아피카는 34장인데 거의 비슷한 가격이거든요.
뒷장을 못쓰는 것이면 거의 같은 양의 종이를 쓸 수 있는거라 같은 가격이면 아피카 쪽이 낫습니다.
장점보다 불만을 말하는 것이 더 말이 많네요.
만년필 입문기의 방황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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